[칼럼]소록도 병원장 박 형철 원장













[한마당―김상길] 소록도 병원장







“아버지도 날 버렸고 어머니도 날 버렸으니 세상도 날 버렸지요. 그러나 신께서


날 불렀습니다. 신 계신 곳 소록도는 날 때부터 실패한 영혼들의 고향입니다.


눈부신 태양은 웃음으로 내일의 희망을 주고 서러운 자비의 달은


모든 죄를 용서하며 비춥니다.”(조창원·’소록도 눈물의 노래’ 중에서)

소록도(小鹿島)-.

전남 고흥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사슴 같은 형상의 아름다운 섬. 그러나


한센인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소록도는 절경의 상징이 아니라 고립과 차별의


상징이다.

1916년 소록도에 한센인들을 위한 병원이 세워졌다. 자혜원이었다. 이 병원은


1949년 중앙나요양소, 1957년 소록도갱생원을 거쳐 1960년 국립병원으로 승격했다.


한센인 642명이 사랑과 희망을 가꾸고 있는 국립병원에 지난 8개월 동안


병원장이 없었다. 한센병에 대한 편견과 열악한 환경 탓에 희망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의사 면허를 가진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내부 공모를 했다. 그러나 지원자가 없어 할 수 없이 외부 공모를 했다.

이렇게 해서 8개월 공백 끝에 마침내 28대 ‘소록도 병원장’이 탄생했다. 그가


박형철(46) 원장이다. 지난 16일 취임식을 가진 박 원장은 “소록도를 편견과


소외의 땅에서 복지와 화합의 공동체로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외부 공모 때 기꺼이 자원했다. 사람들이 왜 자원했느냐고 했을 때


한마디로 이렇게 대답했다. “의사는 필요한 곳에 당연히 가야죠.”

박 원장에게 소록도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의대 2학년 때, 수련의 때


두 차례 의료 봉사를 한 경험이 있다. 그 때 한센인들의 통한과 아픔을


체험했다고 한다. 그런 체험이 자원의 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젊은 의사로선 쉽지 않은 결행이다. 그의 말이 진심이기를 바란다.

“의사가 필요한 곳이니 당연히 간다”는 그의 말은, 구약시대 이사야 선지자의


말을 연상시킨다. 이사야는 역사의 부름이 있었을 때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라고 말하며 선지자의 사명을 자원했다.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 모두가


이런 사명으로 산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한센인들의 꿈대로 소록도가


‘천형(天刑)의 땅’에서 ‘천복(天福)의 땅’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사회의 배려와


사명자들이 있어야 한다.

김상길 논설위원



[찬양]주님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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