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클리넥스 박스

며칠전 마켙에 장을 보러 갔었습니다. 물건을 사러 온 많은 사람들로 매장은 무척 분주했고,
계산대 앞에서도 경쟁을 하듯 조금이라도 끼어드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들 불쾌한 표정으로
화를 내는 분위기였죠…  주차장에서도 누군가 카트를 갖고 나오면  그 사람이 빨리 떠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장을 보고 나왔습니다. 물건을 차에 옮겨실은 후, 카트를 돌려놓으려고 보니
너무 멀었습니다.  근처에 있던 나무옆에 사람들이 남겨놓고 간 카트들이 보였습니다.
순간적으로 나도 여기다가 놓고갈까하는 유혹이 있었지만…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말아야한다는
양심의 소리에…마트입구까지 가져다 놓고 돌아왔습니다.

그 때 한 할아버지가 당황하는 표정으로 다가오시더니, ‘당신 카트밑에 박스가 놓여져있던데,
알고있었소?’라고 물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무언가 박스를 카트밑에 실었던 기억났습니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카트놓았던 자리를 보니 카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뛰어가서
주위를 찾아봤지만…카트는 누군가가 이미 가져가고 없었습니다. 너무 짧은시간에 일어난 일이라
무척 당황스러웠고…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을 재빠르게 가져간 그 사람을 생각하니 원망스럽고,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카트를 나무밑에 다른사람들처럼 놔뒀었다면 박스를 쉽게 찾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며, 아무도 신뢰할수 없는 각박한 현실이 마치 저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왜 이런일을 주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셨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때 마침 그날 아침기도시간에 미국을 위해 중보기도했던 생각이 났습니다.  총기사건을 통해
드러난 여러가지 사회의 악들과 물질만능주의, 인본주의가 사회 곳곳을 더욱 장악하고
있는 것을 보며 기도의 부담을 많이 갖게 되었고… 눈물로 주님께 이땅을 회복해주시길,
용서해주시길…간절히 기도드렸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순간, ‘너의 마음에 무엇이 있느냐? 그들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냐, 아니면
미워하고 비난하는 마음이냐?’는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해놓고, 막상 나에게 피해가 오자 (아주 작은 피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분을 품고 비난했던..모순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나지 않던
그 잃어버린 박스가 무엇이였는지 생각났습니다.  그것은 기도시간에 사용하려고 했던
‘클리넥스 박스’였습니다…

아침기도시간에 클리넥스 박스가 거의 다 떨어진것이 생각나 급히 집어들어 카트에 담았었습니다.
그 많은 물건중에 없어진 물건이…중보시간에 쓰려고 했던 클리넥스 박스였음을 보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마치 주님께서 ‘너에게 해를 가하는 이 세상을…용서하고 품겠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친절했던 그 할아버지 부부의 걱정스런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카트를 찾고있던 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시 다가와 ‘카트를 찾았냐, 무슨 물건을 잃어버렸냐’며..함께 걱정해주던
그 따뜻한 마음.. 그런 마음들이 이 어두운 세상의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으로 그분들을
축복해드렸습니다…
‘너도 그와같이 하라…세상이 조롱할지라도…선한 양심을 갖고 남을 배려하며 순간 순간 살아갈 때,
그런 너의 모습을 통해 나는 나의 빛을 세상에 비출것이다’라는 주님의 음성이 마음에 들리는 듯했습니다.

진정한 중보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기도만 하는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내가 중보하는 그 사람을..어떠한 경우에도..용납하고, 용서해줄 의지와 각오가 있어야함을 깨닫습니다.
그리고…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님의 사랑과 정의를 실천할 각오가 되어있어야 함도 깨닫습니다.

너무나도 부족한 나의 모습이지만…새해에는 주님의 마음에 기쁨을 드리는 중보자가 될수있기를
바라고..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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