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경남 밀양군 삼량진면 송지리

내 고향은 경남 밀양군 삼량진면 송지리

부산에서 서울 행 완행 열차를 타고 가면 1시간 남짓 소요 되는 조그마한 시골 입니다; 역 전에는 다방과 식당 빵집 사진관 여관 등이 있습니다만 이 곳을 제외 하곤 이 것도 저 것도 아닌 어중간한 시골입니다.
기차에서 내려 지하도를 거쳐 개찰구로 나오면 역 광장을 만나고 광장 중간에는 오래된 큰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나무 그늘 아래는 아낙들이 좌판을 깔아 놓고 철 따라 나오는 과일을 팔고 있습니다.
타지에 볼 일을 보고 돌아 오는 길에 집에 있는 식구를 위하여 사기도 하고….
오래간 만에 오는 고향 길에 요기리도 할 양으로 쪼그리고 앉아 먹으면 요기는 물론이거니와 갈증도 싹 사라집니다.

삼량진 역은 경부선과 진주로 가는 경전선이 출발 하는 삼 거리 역 인데 이 선은 목포로 이여져 호남으로 가는 중요한 교통 요지입니다.
이 역은 뒤에서 오는 급행 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또는 다른 선으로 가는 열차를 갈아 타기 위해 종종 오랜 시간을 대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간을 이용하여 역 주위 주민들은 대니무 광주리나 무명 실의 그물에 과일을 담아 대기 하는 기차 창 밖에 매달려 과일을 파는데… 동작 빠른 친구는 차 안 까지 잽싸게 올라 타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기차가 출발 해 버리면 한 손엔 과일 더미를 또 한 손엔 승강기를 잡고 달리는 기차에서 옷 자락을 펄럭이며 폼도 좋게 사뿐히 내립니다

삼량진면 북 쪽에는 산 봉우리가 매 부리 같이 뽀죽하다 하여 매봉산이라 불리우는 산이 자리 잡고 그 아래에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는데 끝도 없는 백사장이 아침에는 은 모래 빛 저녁에는 금 모래 빛으로 반짝거립니다
여름에는 아이들 물 놀이에 겨울에는 얼음 지치기에 하루가 금방 입니다. 이른 아침에는 낚시 바늘에 보리 밥을 꿰어 강 물에 던져 놓으면 코 흘리게 아이 라도 붕어 피라미 모래 무치를 한 주전자 쯤은 거뜬히 낚아 채우고 하다 못해 소쿠리에 된장 덩어리라도 놓고 물에 잠겨 두면 어느새 보리 새우란 놈이 소리 없이 몰려 옵니다.

또 동 쪽에는 꽤 깊고 높은 만어산이 있는데 이 산에는 신라 시대에 지었다는 만어사란 절이 있어서 그런지 등산객들이 제법 줄을 잇습니다. 등산로 주위에는 뱀 딸기 산 딸기 얼음 보리밥 산초 두릅 더덕 이름 모를 약초와 산나물 야생 밤,호두 , 감나무가 널려 있어 등산객들의 눈과 입을 즐급게 해 주며 한 베냥 챙겨 가는 등산객도 있습나다.

삼량진은 논 농사 보다 밭 농사[과수원] 가 많고 또 송지리에는 방적 공장들이 있는데 조그마한 가내 공업 수준에서 학교 교실 2—3 칸 정도 되는 크기의 공장이 여기 저기 있어 골목마다 마을마다 베틀 돌아 가는 소리로 정말 시끄럽습니다.

송지리의 중심에 위치한 송진 국민 학교는 한 학년에 남 학생 1 반 여 학생 1빈 몽땅 2 반 이었는데 여 아이들은 졸업 후 대개 집 안 일을 하거나 방직 공장에 일하며 부모님의 생계를 도웁니다
우리 동네의 한 여 아이는 졸업을 하자 말자 서울 친척 집 으로 갔느데 소문에는 식모 살이를 한다고 했습니다 만 가끔 추석이나 설 날에 고향에 올 때면 이쁜 옷을 입고 서울 말도 잘 해 주위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았습니다.

.학교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보통 방학 과제는 방힉 생활 1 권, 일기 , 곤충 채집이나 식물 채집 정도인데 한 때는 유별 스럽게도 파리를 잡아 성냥 통에 채워 오기 , 또 쥐를 잡아 그 증거로 쥐의 꼬리를 끊어 3개 이상 가져 오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쥐를 잡을려고 쥐 약을 놓았다가 엉뚱하게 남의 집 개를 잡아 무척이나 난처 했습니다
어떤 약삭 빠른 아이는 쥐 꼬리를 구하지 못해 오징어 다리를 짤라 쥐 꼬리와 비슷히게 만들에 선생님께 갖다 내여서 위기를 모면 하기도 했습니다
숨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내 고향은 삼량진면 송지리입니디.

눈도 체 녹기전 배 꽃은 하얗개 피고 달 빛마저 하얗게 비치는데 소쩍새는우찌 그리 밤 새 슬피 우는지 …
마당 한 쪽에는 살구 꽃이 빨간 봉오리을 봉곳 봉곳 터트리고 복사꽃은 늘어 지게 피어 산 허리를 온 통 감아 마을 전체가 연 분홍 안개에 싸여 있는 듯 합니다.

농번기 봄 방학이면 선생님 따라 일 손이 모자라는 농가에 모 심기를 도우려 갑니다.
선생님들께선 양쪽에 못 줄을 잡어시고 농요 가락을 흥급게 부르시고 거머리에 물려 다리에 샛 빨간 피라도 보면 아이들은 소처라치며 기겁을 합니다, 그래도 주인 아주머니가 내 놓은 햇 감자 맛은 너무 좋습니다.

과수원 길은 언제 걸어도 포근하고 아늑합니다. 포도밭 울타리인 탱자 나무 사이론 포도 넝쿨이 삐죽 삐죽 나오고 포도 송이는 손에 닿을 듯 말 듯 매달려 있습니다.
머리를 두 갈레로 묶어서 나무 평상 위에 놀고 있는 포도 밭 주인 딸은 포도 알 보다 더 탱글하고 곱습니다
.
저녁을 먹고 원두막으로 갑니다 방학 숙제를 뒤척이다 보면 어두워 집니다. 석유 남포 불을 켜고 있노라면 어디서 왔는지 반딧불이 보입니다. 초록 색 빛깔을 보얗게 내면서 반짜악…..반짜악…… 내 쥐위를 맴돕니디.
하늘에는 수 많은 별이 총총 떴습니다 자연 시간에 배운 똥바가지 모양의 북두 칠성도찿아 내고 바가지 앞 쪽 다섯 뻠 쯤 되는 곳에 큰 별은 아마 북극성인가 봅니다.

삼베 잠뱅이에 모시 져고리를 입고 대청 마루에서 낮 잠을 한 숨 자고 나도 해는 아직 중천입니다.
칠 월은 더디 가고 팔 월은 뛰어 간다는데 여름 낮은 왜 이래 길고 지루 한지…

누런 호박이 초가 지붕에도 울타리에도 길 가에도…… 앞 마당 뒷 마당 신작로에는 벼, 고추, 참 깨 .콩등을 말립니다. 옥수수는 내년에 씨앗으로 쓰기위해 큰 놈을 골라 껍데기를 묶어 서늘한 곳에 매달아 놓습니다.
아이들은 부락 별로 나뉘어 벼 이삭을 즂으려 갑나다. 보통 한 부락에서 서 너 자루 싹은 됩니다. 학교에선 이 이삭을 다 모아 가을 운동회 경비로 보태어 쓰기 위해서 입니다

드디어 가을 운동회 날입니다. 면 전체의 큰 잔치 날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며누리 손자 다 신이 납니다 .찐 쌀, 찐 밤, 감, 사과 ,대추,배, 도시락을 보따리 보따리 싸서 머리에 이고 들고 찬 물은 주전자에 가득 채우고 종이를 똘똘 말아 주둥이에 털어 막고 . 청군 백군 띠는 이마에 두르고 싹씩하게 갑니다.
운동장에는 만국기 오색기가 나부끼고 확성기에선 행진곡아 울립니다. 임시로 만든 천막 아래는 면장님 역장 조합장 지서장 우체국장님 하여튼 삼량진에세 방귀 깨나 뀐 다는 어른들은 다 계십니다.

‘땅’ 하는 총소리와 함께 달리기가 시작됩니다 함성이 터집니다 5 명이 뛰어서 3 등 만 해도 “상”이 찍힌 공책을 받습니다. 큰 공 굴리기, 그리고 장대에 높이 달린 박 터뜨리기 1학년의 꼭두각시 유희 …….6 학년 남자 아이의 기마전이 끝나면 모두가 기다렸든, 모두가 하나 되는 줄 당기기, 삼 판 양 승으로 판 가름 나지만 패자는 없고 승자 뿐 인 운동회는 막을 내리고. 교장 선생님의 선창에 따라 만세 삼창을 하늘 높이 외칩니다. “만세” “만세” “만세”
모두들 아쉬움과 그림자는 뒤로 길게 한 체 가을 햇 살을 받으며 집으로 집으로 돌아 옵니다

추수가 끝난 들판은 썰렁하기만 합니다 철 지난 허수아비는 볼 폼없는 모양으로 할 일없이 흔들거리니다.
장작은 패어서 처마 밑에 차곡 차곡 쌓고 노는 불에 소 여물을 끓이고 어두워 지기 전에 서둘러 저녁을 준비 하지만 숟가락도 놓기 전에 겨울 밤은 벌써 저 만치 먼저 와 있습니다.
어머니는 구멍 난 양말에 전구 다마를 넣고 . 손가락에는 골무를 끼고 한 뜸 한 듬 바느질 하시다가 바늘 끝을 머리에 쓱 쓱 긋기도 합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만 나도 어머니는 문 쪽으로 눈이 자주 갑니다.. 아마 오늘도 늦을 아버지를 기다리는 눈치입니다.
이불로 감아 둔 독에서는 술 익는 냄새기 그득 한데 …
언제나 어김없이 종소리가 들려 옵니다. 빨간 양철 지붕의 예배당에서 치는 종소리입니다. ‘뎅그랑 땡그랑 뎅그랑 땡그랑…………….” 온 삼량진에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조용히 깊어 가는 겨울을 기다리며 잠이 듭니다.

달 밝은 보름에도 깜깜한 삭막에도 머나먼 이국 땅에서도 훤히 보이는 내 고향은
경남 밀양군 삼량진면 송지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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