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일이 없네……….

지난 해 동네를 거닐다가 우연히 어느 집 울타리에 나팔꽃이 핀 것을 보았다가 가을에 씨를 받아 올 봄에 우리 집 마당에 뿌리고 철사 줋을 매달아 놓았습니다.
싹이 나는가 싶더니 곧 이어 줄기가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철사 줄을 따라 올라 갔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나팔꽃 한 송이가 샛 파랗게 피여 잎 사이로 수줍은 듯 숨어 있었습니다.
도시에 자란 우리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오랜 고향 친구를 만난 것 같이 반갑기도 했습니다.

국민 학교 등교 길은 과수원 사이로 따라 가는데, 양 쪽 탱자 나무 울타리에는 봄 부터 가을까지 에쁜 나팔꽃이 아침 이슬을 머금고 햇 살을 받아 반짝이며 생생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우짜다가 나팔꽃을 쏙 뽑아 아래 쪽을 입 속에 넣어면 달그레한 맛이 혀 끝으로 퍼집니다.

처음으로 핀 나팔꽃을 누구에게 보여 줄까?
그래 그래 ! 역시 우리 마눌님이지! 오늘은 마침 어머니 날이기도 하고……….
나팔꽃을 따서 뒷 쭘에 감추고 마눌님 앞에 서서 ” 짠 _____ 이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는 그대에게 바칩니다” 하면서 코 앞에 밀어 내니
우리 마눌님 시큰둥한 눈 빛으로 나를 아래 위로 째려 보더니 하시는 말씀 ” 며칠 전 부터 나팔꽃이 한 송이 피어 있길레 참 ! 에쁘게 잘 피었구나 생각하며 부엌 일을 하다가 가끔 바라 보곤 하는데 가만이 있는 꽃은 쓸데없이 왜 ? 꺾어요 ! ” 하며 핀잔 만 준다.

요즈음은 참 ! 되는 일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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