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5주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재의 수요일을 지날 때만 해도 언젠가 재로 돌아갈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조신하게 하루를 보냈건만 그 때 했던 다짐과 계획들이 바쁜 일상을 핑계로 무너져가고 있는것을 봅니다.
지난 주엔 오랜만에 J.S. Bach의 마태수난곡(St. Matthew Passion)을 다시 들었습니다. 벅찬 감동이 밀려오며 이 곡이 얼마나 걸작인지 새삼 놀랐습니다.
사순절 기간에 듣는 마태수난곡은 바쁜 일상에서 산만해진 마음을 다잡고 경건한 묵상을 하는데 더없이 좋은 음악이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이 곡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고 몇 곡을 맛보기로 들려드리도록 하지요.(아래 곡 해설은 발췌한 내용과 제 글이 섞여 있습니다)
‘사순절과 성주간에 연주되는 수난곡은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내용으로 음악극화한 것입니다.
바하 이전에도 수난곡이 있었지만 루터파 신교에 의해 그 꽃이 피었고 바하에 이르러 최고의 정점을 이루게 됩니다. 수난곡의 최고 걸작은 마태 수난곡과 요한 수난곡으로 꼽힙니다.
마태 수난곡은 기악을 포함한 바흐의 모든 작품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1726년에 착수 1729년에 완성하였으며 초연은 그해 4월 15일 금요일에 이루어졌습니다.
전곡은 78곡으로 연주시간은 약 3시간이 조금이 넘습니다.
마태 복음 전체 28장 가운데 예수의 수난을 다룬 26, 27장을 Text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체포되기까지 마태복음 26장 1절~56절까지가 1부, 57절부터 27장의 끝까지가 2부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전곡이 완전히 복음서의 Text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피칸더라는 필명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 크리스챤 프리드리히 헨리키의 시적인 Text도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음악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고통, 베드로의 인간적인 나약함이 빚어낸 배신, 전형적인 관리의 비굴함을 보이는 제사장, 무지한 군중심리와 부추기는 선동에 휘말려 그리스도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가 그의 부활로 비로소 눈을 뜨게 되는 가련한 민중, 그리스도를 진심으로 따르는 가난한 여인 등, 이들이 벌이는 드라마…”를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위의 삶들과 조금도 다른 데가 없는 인간의 오욕, 연약함, 눈물 그리고 거기서 솟구쳐 오르는 강렬한 박력과 감동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음악의 구성은 주로Evangelist(복음사가-테너)와 역을 맡은 배우(예수, 유다 등)가 통주저음(보통 쳄발로)의 단순한 반주위에 성경의 내용을 노래 같지 않은 노래(? -Recitativo)로 연주하고, 성경 내용에 대한 감정을 Choral(합창) 또는 Aria(독주, 2중주, 3중주, 또는 4중주)로 노래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레치타디보(Recitativo)
복음사가: 그 때에 열둘 중에 하나인 가룟 유다라 하는 자가 대제사장들에게 가서 말하되:
유다: 내가 예수를 너희에게 넘겨주리니 얼마나 주려느냐?
복음사가: 그들이 은 삼십을 달아 주거늘 저가 그때부터 예수를 넘겨 줄 기회를 찾더라
* 아리아(Aria)
소프라노: 피투성이가 되어라, 사랑하는 주의 마음이여!
아! 당신이 키우시고 당신의 가슴의 젖을 먹고 자란 아이가 그 양육자를 죽이려 하다니 그 아이가 뱀과 같이 사악한 자가 된 것입니다.
사실 가사를 이해하면서 Recitativo를 잘 들어가면서 Aria를 들어보면 더욱더 재미있는 감상이 될 수 있습니다. (가사가 German으로 되어 있어 음반을 들으면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DVD로 제작된 연주를 보면서 들으면 영어 subtitle이 나와서 한결 도움이 되더군요.)
3시간이 넘는 전곡을 듣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아리아와 합창 몇곡 만을 일단 소개합니다. 하지만 장중한 이곡을 이해하려면 전곡 감상의 기회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래 곡들을 듣는 방법: 제1곡은 자동 재생 됨. 나머지 곡들은 해당 곡 밑의 막대에서 ► 버튼을 누르면 play됩니다)
* 1곡(Choral): Kommt, Ihr Toechter, Helft Mir Klagen
– 도도한 파도와 같이 밀려오는 오케스트라의 걸음소리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넘어가는 예수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예수의 고난을 예견하듯 장중한 분위기 속에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합창이 아름답습니다.
원래 이곡을 작곡할 때 원곡은 독창, 합창을 포함해서 25명, 오케스트라 30명이라는 소수 편성으로 초연되었습니다. 지금은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으로 연주되는것이 일반적이어서 수백명이나 되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독주자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1950년대 부터 80년대 까지는 이러한 대규모 연주가 많이 레코딩 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초연 당시의 소규모 편성을 따르고 오케스트라 또한 바로크 시대의 악기들로 정격 연주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1. 대편성의 명연주: Karl Richter지휘, 뮌헨바흐 오케스트라, 합창단 (DG)
리히터는 바흐 전문 연주자 답게 가장 독일적인 바흐의 연주를 들려줍니다
(명반으로 꼽는 Karl Richter의 CD와는 다른 recording이지만 Richter가 동일한 오케스트라, 합창단을 이끌고 제작한 DVD가 나와있어 영상과 함께 보시길 원하시는 분들게 추천합니다)
2. 소편성의 명연주: John Elliot Gardiner 지휘, English Baroque Soloist, Monteverdi Choir (Archiv)
명쾌하고 투명한 음향을 자랑하고 합창단의 응집력도 뛰어나며, 바로크 스타일의 창법도 이 연주를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가디너의 연주야 말로 정격 연주의 붐을 일으킨 주역이기도 합니다. 녹음 상태도 우수하여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명연주입니다. (이 글에 Link되어있는 연주가 바로 Gardiner의 연주입니다)